#한화#문동주#이닝관리#KBO#스포츠과학

문동주 부상, 한화가 4년 내내 무시한 신호들

방구석감독 · 2026년 7월 1일

28이닝에서 118이닝으로, 한 시즌에 90이닝이 늘었다. 한화의 과학적 이닝 관리가 실제로는 무엇이었는지 숫자와 스포츠과학으로 따져본다.

2022년 한화 이글스는 신인 문동주를 28이닝에서 멈췄다. 구단은 그것을 과학적 이닝 관리라고 불렀다. 팬들은 박수를 쳤다.

2025년 10월,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의 공은 144km였다. 불과 얼마 전 플레이오프에서 찍었던 162km의 그 팔이 아니었다. 그는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커리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2026년 봄, 우측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진단. 수술.

숫자가 먼저 말하고 있었다

문동주의 시즌별 이닝은 이렇다. 2022년 28이닝, 2023년 118이닝, 2024년 111이닝, 2025년 121이닝, 2026년 수술.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단 한 시즌에 90이닝이 늘었다. 319% 증가다. 그리고 이닝 기록은 전부가 아니다. 2023년엔 아시안게임이 있었다. 국제대회 등판은 정규시즌 카운트 밖의 추가 부하다. 2025년엔 포스트시즌이 있었다. 불펜으로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플레이오프 MVP를 받았다. 커리어 최다 121이닝에 포스트시즌이 더해졌다. 기록지에 찍히지 않은 피로가 어깨에 쌓이고 있었다.

30%의 법칙

스포츠의학계에는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30이닝 이상 늘어날 경우 이듬해 부상 위험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데이터 기반 법칙이다. MLB는 이를 근거로 젊은 투수의 연간 이닝 증가폭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권고한다.

28이닝 기준 30% 상한은 약 37이닝이다. 한화는 118이닝을 던지게 했다. 버두치 임계치의 3배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급성 만성 부하비(ACWR)라는 개념에 있다. 신체가 적응할 시간 없이 부하가 급격히 늘어날 때 부상 위험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2022년에 쉬었다고 어깨 관절이 더 튼튼해지는 게 아니다. 갑작스러운 4배짜리 부하가 적응되지 않은 조직을 더 빠르게 무너뜨린다.

역설적으로, 2022년에 60이닝을 던졌다면 어땠을까. 이듬해 130이닝이 됐더라도 증가폭은 70이닝, 비율로는 117%다. 여전히 공격적이지만 319%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 중요한 건 60이닝을 던진 팔은 그 자극에 적응된 조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신체는 점진적인 자극에 적응하며 단련된다. 28이닝으로 묶어둔 팔은 고강도 스트레스 경험 없이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한화는 이닝을 관리한 게 아니라 저축했다. 그리고 이자까지 붙여서 한꺼번에 썼다.

150이닝도 못 던진 선수라는 시선

문동주를 향한 또 다른 비판이 있다.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150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몸이 약한 선수 아니냐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타고난 신체 내구성에는 개인차가 있고, 모든 부상을 관리 실패로만 돌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야 한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150이닝을 던질 기회를 준 적이 없다. 매 시즌 부상이 끊이지 않았고, 부상의 패턴은 너무나 일관됐다. 어깨, 어깨, 어깨. 같은 부위가 반복적으로 무너졌다. 타고난 약함과 누적된 과부하는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은 다르다. 선수를 탓하기 전에 왜 같은 부위가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망가졌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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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구단의 관리는 과학적인 척했으나 과학적이지 않았다.

경고는 매년 왔다

2024년, 이미 몸이 말을 했다. 5월 어깨 이탈. 구속 하락. 구위 저하. 9월 시즌아웃. 신체가 보낼 수 있는 경고 신호는 거의 다 보냈다.

한화의 선택은 2025년 이닝을 줄이는 것이었어야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커리어 최다 121이닝. 부상으로 시작한 시즌에, 이미 손상 신호가 켜진 어깨로, 가장 많이 던졌다.

마지막 신호

2025년 10월, 플레이오프 1차전. 문동주는 162km를 찍었다. 시즌 최고 구속이었다.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MVP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5차전. 같은 팔에서 나온 공은 144km였다. 18km가 사라졌다.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선발로 1이닝을 못 버틴 건 커리어에서 처음이었다.

이 장면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어깨는 지금 어딘가 잘못됐다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한화가 해야 했던 일은 하나였다. 정밀검사. 어깨 상태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겨울 재활 계획을 세우고, 2026년 개막 로스터를 그 결과에 맞게 짜는 것. 그런 겨울이 있었다면 지금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과학적이지 않았다

MLB는 2012년부터 산하 마이너리그 전체에 피치 스마트(Pitch Smart)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했다. 연간 이닝 증가폭 제한, 나이별 투구 수 상한, 포스트시즌 부하까지 고려한 관리 프로토콜이 명문화돼 있다. KBO에는 없다. 감독의 직관과 그해 순위가 전부다.

문동주가 약한 선수인지는 알 수 없다. 150이닝을 던졌다면 버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2022년에 28이닝을 던지게 한 구단이 2023년에 118이닝을 던지게 했다. 2024년에 어깨가 무너졌는데 2025년에 커리어 최다 이닝을 던지게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18km가 사라진 팔을 보고도 정밀검사 없이 다음 시즌을 맞았다.

문동주가 약한지 강한지는 아직 모른다. 적어도 그 답을 알기 전에, 구단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 과학적 이닝 관리라는 말은, 결과를 보면 그냥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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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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