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BO 방어율왕 레이스 — 두산 최민석·곽빈 공동 1위, 올러는 왜 뒤처졌나
두산의 최민석과 곽빈이 나란히 ERA 2.64로 방어율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KIA 올러의 3관왕 도전이 흔들리는 지금, 방어율왕 레이스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즌 초만 해도 2026 KBO 방어율왕 레이스는 KIA 올러와 한화 류현진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8월 첫날 기준으로 ERA 1위 자리에는 전혀 다른 두 이름이 나란히 앉아 있다. 두산 최민석(ERA 2.64)과 두산 곽빈(ERA 2.64). 같은 팀, 같은 방어율, 같은 9승.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산은 지난 몇 년간 선발 투수 육성에 집중 투자해왔고, 2026시즌 그 결실이 동시에 터지는 중이다. 최민석은 19경기 10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ERA 2.64를 유지했다. 곽빈은 109이닝으로 조금 더 많이 던졌지만 ERA는 똑같이 2.64다. 이닝 차이가 3이닝 남짓인데 방어율이 소수점 두 자리까지 같다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두 선수의 시즌이 마치 평행선을 달리듯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 아래는 삼성 후라도(3.11)와 롯데 김진욱(3.13)이 ERA 3점대 초반으로 버티고 있다. 올러는 3.36으로 6위다.
올러는 왜 밀렸나
올러(KIA)의 문제는 나쁜 투수가 됐다는 게 아니다. 19선발 3.36 ERA는 어느 리그에서든 에이스급 숫자다. 문제는 두산의 두 선발이 그보다 훨씬 낮은 숫자를 찍고 있다는 것이고,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올러의 승패 기록이다. 19선발에서 9승 8패.
ERA 3.36을 찍는 투수가 8패를 당했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타선 지원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8패를 당한 날에 ERA를 크게 끌어올리는 나쁜 등판이 몇 차례 있었거나. KIA가 전반기 타선 지원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자에 가깝다. 올러는 좋은 날과 무너지는 날의 편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반면 두산 최민석과 곽빈은 9승을 쌓으면서 각각 3패, 4패에 그쳤다. 같은 ERA라면 등판마다 통제 가능한 범위를 유지하는 투수가 방어율왕에 더 가깝다. 올러가 하반기 내내 1점대 ERA를 찍어도, 이미 쌓인 격차를 좁히려면 두산 듀오가 먼저 흔들려야 한다.
임찬규의 10승이 보여주는 것
여기서 역설적인 숫자 하나를 짚고 싶다. 현재 KBO 다승 선두는 임찬규(LG)로 10승 4패다. 방어율은 4.5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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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엇을 말하는가. 임찬규는 ERA 4.53을 찍으면서도 타선 지원을 충분히 받은 날이 많았다. 10승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하기 어렵다. 방어율 공동 1위인 최민석·곽빈이 나란히 9승에 머무는 동안, ERA 4.53짜리 선발이 혼자 10승을 쌓았다. 다승이 투수 개인 능력보다 팀 전력과 운의 조합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시다.
KBO에서 방어율왕이 다승왕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타이틀인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다. 방어율은 투수 자신이 만든다. 다승은 팀이 만들어준다.
하반기 변수
두산 선발진이 이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이닝 부담 관리가 관건이다. 최민석과 곽빈은 이미 각각 105이닝, 109이닝을 소화했다. 통상 KBO 선발이 시즌 180이닝 안팎을 던진다고 보면, 두 선수 모두 남은 60여 경기에서 페이스 하강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올러와 류현진이 기다리는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류현진(한화, 8승 3패, ERA 3.41)은 18선발에 100이닝 초반대다. 최민석·곽빈보다 이닝 소화량이 적어 하반기 체력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류현진이 8월부터 ERA 3점대 초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두산 선발들이 지치기 시작한다면, 이 레이스는 9월까지도 열린 채로 흘러갈 것이다.
방어율왕은 지금 기준으로는 두산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야구에서 아직이라는 말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최민석과 곽빈의 하반기 첫 등판이 이미 시작됐다.